2024년 5월 30일 성남에 있는 곽여성병원이 폐업을 했다고 한다. 암울한 현실이지만 앞으로 생명유지에 필수적인 필수의료인 산부인과의 붕괴에 대한 피해는 국민이 받게 될 것 같다.
이러한 필수의료의 붕괴는 우리나라의 의료제도가 민간재원에 95%를 의존하고 있으면서도 정부가 의사의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료정책을 남발하여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하고 있는” 의사증원” 정책도 그렇고 비보험진료를 전면적으로 보험화시킴으로서 고가의 비보험 진료에 보험료를 낭비하고 상대적으로 필수의료과의 진료수가를 낮추어서 그나마 비보험진료비에 의존하고 있던 필수의료과를 붕괴시긴 “문재인케어” 정책도 그렇다.
또한 국민들도 의사의 사적재산권을 부정하고 히포크라테스를 운운하면서 일방적인 의사의 희생만을 요구하면서 필수의료의 붕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의사들도 그렇다. 자신의 밥그릇을 챙기지 못한 의사는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우리나라의 의료제도 상황에서 동료의사의 경영난에 대해서 함구하고 의사의 도덕성에 기대어 수수방관하였기 때문에 자살하는 의사들이 많아지고 필수의료가 붕괴되지 않았나 싶다.
이러한 여러가지 사회의 흐름속에서 우리나라 의료제도의 붕괴는 필연적이며 어쩔수 없는 안타까운 사회적 문제가 되었라고 생각한다.

분만병원, 10년새 3곳중 1곳 폐원
지난달 30일 오전 경기 성남시 수정구 곽여성병원. 6층짜리 구관과 11층짜리 신관 모두 적막한 가운데 일부 층은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병원 관계자는 “마지막 산모가 22일 출산하고 퇴원했다. 병동은 다 비었다”고 말했다. 서류를 떼러 온 임신부, 보호자만 이따금 보였다. 2010년대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던 129병상 규모의 이 병원은 다음 날(31일) 폐업했다. 심각한 저출산에 신생아가 줄자 수익을 내지 못한 것이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1∼3월) 합계출산율이 1분기 역대 최저인 0.76을 기록한 이면에는 이 같은 출산 의료 인프라 붕괴가 있다. 출산율이 하락하고 신생아가 줄자 산부인과가 문을 닫고 출산 인프라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다시 출산율에 악영향을 미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분만 실적이 1건 이상인 병의원은 지난해 460곳으로 2013년(689곳)보다 32% 줄었다. 분만병원 위기는 도시와 농어촌을 가리지 않았다. 광주에서 연 1회 이상 분만을 한 병의원은 10년 전 25곳이었는데 이제는 9곳뿐이다. 지역에 분만 병원이 없어 다른 지역으로 ‘원정 출산’을 해야 하는 시군구도 10년간 12곳이 새로 생겼다.
광주 분만병원 10년새 25→9곳… “출생아수 반토막에 운영 불가” 사라지는 분만 병원
병원 없어 원정출산 지역 12곳 생겨… 분만 수가 올렸지만 日의 절반 남짓
10년간 의료소송서 평균 2억 배상… 5대 병원도 산과 전임의 9명뿐
“큰딸을 여기서 낳았습니다. 임신한 둘째 딸도 여기 다녔는데 이제 병원을 옮겨야 한다고 해서 검사 기록을 떼러 왔습니다.”
지난달 30일 곽여성병원에서 만난 김모 씨(64)는 “2대째 다니던 산부인과가 이렇게 문을 닫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아쉬워했다. 이 병원에선 1981년 개원 이후 지금까지 신생아 17만9000여 명이 태어났다. 이 병원 대표원장은 최근 홈페이지 공지에서 “많은 노력을 했으나 악화되는 출산율로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밝혔다.
- 무너지는 분만 인프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분만 실적이 있는 병원은 전국 460곳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병원 460곳 중 상당수는 응급 등 불가피한 상황에서만 출산을 지원할 뿐 평소에는 산모를 받지 않는다”며 “실제로 분만할 수 있는 곳은 더 적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12월 한 달 동안 분만 실적이 있는 병원은 전국에서 391곳에 불과했다.
분만 병원이 줄어드는 가장 큰 원인은 임신, 출산 감소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출생아는 2013년 43만6600여 명에서 지난해 22만9970명으로 반 토막 났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은 “분만실을 적자 없이 운영하려면 의사 1명당 월 20건 정도는 분만을 해야 한다”며 “이 정도 실적을 내는 병원은 전국적으로 10곳도 안 된다”고 했다.
분만 병원이 줄다 보니 대도시로 ‘원정 출산’을 가는 경우도 늘고 있다. 경남은 시군 18곳 중 3곳에 산부인과가 없다. 경남 의령군에 사는 35주 차 임신부 유모 씨(31)는 “산부인과와 산후조리원이 모두 없어 친정이 있는 창원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경북 칠곡군에 사는 30대 주부도 “3개월 후 출산 예정인데 지역에 분만이 가능한 병원도 없고 산후조리원도 없다”며 “대구나 구미로 원정 출산을 하러 갈 수밖에 없다. 자녀 둘은 갖고 싶은데 여건이 안 따라줘 어려울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 “막대한 의료사고 부담 덜어줘야”
우리나라 분만 수술 수가(건강보험으로 지급되는 진료비)는 매우 적은 수준이다. 정부는 출산 인프라를 유지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분만 수가를 인상했다. 과거에는 자연분만 1건당 78만 원 안팎의 수가가 지급됐는데, 여기에 광역시는 55만 원, 도 지역은 110만 원을 얹어 주고 있다. 그래도 자연분만 1건당 300만 원 안팎인 일본과 비교하면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의료계에선 분만 수가를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분만 중 의료사고에 대한 의사와 병원의 책임을 덜어줘야 분만 인프라가 회복될 수 있다는 요구도 나온다. 성원준 칠곡경북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지난해 ‘산과 의료소송 분석’ 연구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분만 관련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환자) 측은 평균 5억3800만 원을 청구했고, 인정된 배상액은 평균 2억2900만 원이었다. 오상윤 분만병의원협회 사무총장은 “분만 중 뇌성마비가 온 아이에게 12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작년에 나오기도 했다”며 “아이 한 명을 받을 때마다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불가항력적인 분만 사고에 대해 국가 배상 제도를 운용하고 있지만 최대 보상금이 3000만 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높은 업무 강도와 스트레스, 소송 위험 탓에 산부인과를 지망하는 젊은 의사도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산부인과 레지던트(전공의) 지원율은 정원 대비 77.5%에 그쳤다. 산부인과 중에서도 아이를 받는 산과 지원자는 더 적다. 전임의(펠로)가 대형 5대 병원에서 9명에 불과하다. 설현주 강동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의 2021년 조사에서도 산부인과 레지던트 4년 차와 전임의 47%는 “분만 업무를 맡지 않겠다”고 했다. 백 의원은 “저출생 극복을 위해 분만 병원에 대한 획기적인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뇌 수술을 직접 본 건 지난 3월이었다. 두개골을 절개하니 뇌출혈 환자의 하얀 뇌경막이 수술 모니터를 꽉 채웠다. 양구현 강릉아산병원 신경외과장은 뇌경막을 잘라 핀으로 고정했다.
양 교수는 숨을 죽였다. 혈관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면 위험하다. 거미줄같이 빽빽한 혈관들을 천천히 헤집고 들어가 허연 조직이 나오면 절개했다. 바늘 구멍만 한 틈을 만들어 출혈이 있는 혈관을 찾아 계속 들어갔다. 피가 고이면 뽑아내고 또 헤집고 절개하는 과정이 몇 시간째 이어졌다.
‘잘 되고 있나?’, ‘이 수술이 끝은 날까?’ 구경만 하는데도 막막해 한숨이 났다. 큰 숲에서 혼자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미동 없이 이 수술을 7시간 동안 한 그는 환자와 사경(死境)을 같이 헤매는 것처럼 보였다.
수술 후 인터뷰에서 그는 “벼랑 끝 환자를 살리려고 이 일을 한다”고 했다. 그는 두 손으로 양 볼을 비볐다. 수술 중 긴장이 될 때마다 이를 꽉 깨물다 보니 오른쪽 어금니에 금이 갔다고 했다. 왼쪽 어금니는 부서져 이미 뺐다. 그는 전공의 이탈 후 거의 매일 병원의 4평짜리 자기 연구실에서 먹고 자며 하루 2~3명씩 응급수술을 한다.
그가 스스로 혹사하는 이유를 외부인은 알 수 없다. 다만 그의 환자에 대한 집착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양 교수에게서만 느낀 게 아니었다.
직·간접적으로 접한 의사 대부분은 이 집착이 강했다. 핏자국 묻은 슬리퍼를 신고 산모에게 달려가던 김서연 강북삼성병원 산부인과 교수, “죽음 직전의 환자를 돕는 건 특권”이라는 안윤혜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 밤샘 심장 수술을 일상으로 삼아 2000명을 살린 윤영남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교수⋅⋅⋅.
이들은 자기 지식과 체력, 시간을 쏟아부어 환자를 살리고 싶어했다. 집착이 큰 만큼 ‘사람 살리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도 컸다. 둘은 동전의 앞뒷면 같았다.이들은 개원을 하거나 피부 미용을 하면 워라밸을 챙기면서 돈도 더 벌 수 있다. 그런데도 굳이 당직실에서 쪽잠을 자고 응급 콜을 받으면 달려나가는 삶을 산다. ‘살린다. 난 그런 사람’이란 집착과 자부심이 오랜 수련 기간을 거쳐 몸에 박인 것 같았다. 의사들은 이 자부심을 ‘자존심’이라고도 표현한다. 전공의 1만명이 동시에 이탈했는데도 병원이 돌아가는 건 자존심 센 의사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자존심이 무너지면 곧바로 의료 붕괴다.
정부는 최근 ‘집단 행동’에 가담했다며 일부 전공의·의대생 수사에 들어갔다. 의사 갑질을 신고하면 최고 30억원의 보상금을 주겠다는 발표도 했다. 의사도 죄 지으면 벌 받는 게 맞지만, 의사를 압박하는 성격이 더 크다. 의사를 ‘예비 범죄자’로 보고 적대시하면 의사 자존심에 금이 간다. 지금은 의사 자존심이 무너지면 환자는 물론 정부도 무너진다.
전공의 집단 이탈로 정부가 대형 수련병원에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파견한 가운데 이들 중 절반 이상이 ‘대체인력으로서 파견 기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고 답했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3명 중 1명가량은 ‘수당 지급이 지연됐으며 아직 받지 못했다’고 했다.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는 지난 3일부터 10일까지 공보의 56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중 일부를 31일 공개했다.
563명 중 파견을 경험한 공보의는 212명이었다. 이들 중 108명(50.9%)은 파견 근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대체인력으로 파견 기관에 도움이 되지 못했음’이라고 답했다.
도움이 되지 못한 이유(복수 응답)로는 ‘단순업무 반복’이 64.8%로 가장 많이 꼽혔고 이어 ‘본인의 수준을 넘어선 술기와 업무’가 35.2%, ‘파견지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어려움’이 29.6%였다.
‘파견 정책 자체가 파견 기관의 입장에서 도움이 되지 못했다’라고 답한 공보의는 119명(56.1%)이었다.
파견을 경험한 공보의 중 125명(59.0%)은 ‘수당 지급과 관련해 불편했던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들 중 60.0%인 75명, 전체 파견 공보의의 35.4%는 ‘수당 지급이 지연됐으며 아직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불편 경험자 중 ‘수당을 늦게 받았다’는 비율은 30.4%, ‘특정수당 항목을 받지 못했다’는 비율은 18.4%였다.
협의회는 의료 취약지에 배치된 공보의들이 수도권이나 대도시 대형병원에 파견된 것을 공보의 대다수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밝혔다.
파견 공보의 212명 중 168명(79.2%)이 이러한 파견을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부정 평가 이유(복수 응답)로는 ‘지역의료 공백이 우려된다’는 답변이 86.4%로 대부분이었다.
이성환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회장은 “4월 파견 수당도 들어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공보의가 많다”며 “이번 수당 문제는 (정부의) 지자체와의 ‘책임 돌리기’라는 안일한 대처가 가시화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는 전공의들의 병원 이탈과 의대 교수들의 사직·휴진에 대응해 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하고, 지난 3월부터 대형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군의관과 공보의를 파견해 일부 업무를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31일 기준 전국에 파견된 공보의 수는 257명이다.